지난 5월 18일, 유럽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는 2014년 7월 28일 독일 식물육종가 컨소시엄이 제기한 EU 나고야의정서 이행규칙 511/2014(이하 EU 규칙)의 무효확인를 구하는 소(사건번호 T-599/14)를 각하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신청자가 계쟁규칙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송적격을 결여하였다고 판시했다. 한편, 네덜란드 식물 육종가 컨소시엄도 2014년 7월 28일 동일한 취지의 소를 제기한 바 있다 (사건번호 T-560/14). 식물 육종은 새로운 식물 품종을 개발하는 데 있어 유전자원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에 현재 두 식물육종가 컨소시엄 측은 그들의 육종 산업이 EU 규칙 이행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독일의 식물육종가 컨소시엄은 “EU 규칙이「식물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제15조 제1항 3호 및「유럽공동체 식물품종권리에 관한 유럽이사회 규칙 2100/94」제15조에 근거한 ‘육종가의 권리(breeder's rights)의 예외조항’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이사회 규칙 2100/94」제15조는 (c)항에서 ‘육종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또는 다른 품종을 발견하거나 개발하는 행위에는 유럽공동체식물품종권리가 미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규 식물 품종의 발견 및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보호 신품종에 완전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며, 관련 정보에 대한 의무도 없다. 그러나 EU 규칙은 이용자에게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정보를 탐색·보관·이전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독일 육종가들은 “이러한 예외규정이 유럽식물육종산업의 ‘성공의 열쇠’였으며 식물육종산업은 생물다양성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EU 규칙에 의한 이 ‘예외규칙’의 손상은 식물육종가의 이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EU법과 국제법 하의 기타 EU 의무들과도 충돌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EU 규칙에서 규정된 의무준수 관련 조항은 그 적용이 균형적이지 못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유전자원의 이용이 종료된 후 20년 간 정보를 보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 조항은 식물육종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유전자원에 대한 상세정보를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사실상 과중하기 그지없는 항구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독일 식물육종가 컨소시엄은 EU 규칙이 세 가지 영역에서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유전자원의 ‘이용자(user)’ 정의 규정이 명확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유한 유전자원을 ‘이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둘째, EU 규칙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유럽이사회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식물육종가들은 현재 채택된 EU 규칙의 문구가 여전히 모호하여 잠정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셋째, EU 규칙 하에서 산업계 모범관행을 채택하는 것은 고작 의무비준수(non-compliance) 상황에 처할 위험을 줄여주는데 불과할 뿐, 여전히 의무비준수 상황을 전적으로 피할 수 있는 명확한 조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무효확인 소송을 통해 EU 규칙의 적용범위에 대하여 유럽사법재판소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희망했던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유럽사법재판소는 신청자들의 소송적격에 대해서만 심리하고 결정했다. ‘특히 EU 규칙의 의무사항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는 식물육종가 컨소시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유럽사법재판소는 식물육종가 컨소시엄이 EU행정법의 기준에 따른 다른 종류의 제소권자로도 볼 수 없으며, 따라서 계쟁 규칙에 대한 법적 이의를 제기할 소송적격성을 결여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즉, EU 규칙과 같은 법률의 경우, 이 규칙에 “직접적이고 개별적으로 관련된 자”가 소를 제기해야 하나, 신청자들은 EU 규칙에 개별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신청자들에게 제소권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현재로서는 이번 결정에 대하여 항소할 여지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이번 판결은 EU 규칙에 대한 소를 제기하려는 시도에 있어 큰 타격을 주었다. 만약 유전자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산업계가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보다는 유전자원에 덜 의존하는 다른 업계가 제소에 성공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성공적인 제소를 위한 기준이 매우 높게 설정되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EU 규칙이 개정 없이 발효되는 것이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식물육종 관련 산업계를 넘어서 폭넓은 산업계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